유도리를 강요하는 사회의 종말
최근 "프롬프트를 공유해주지 않는 신입" 에 대한 글이 크게 바이럴 되었다. 이 단순하기 그지없는 사건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불타는 이유로는, 기존의 한국 조직 사회의 기존 법칙인 "유도리", 그리고 "헌신" 이라는 가치가 사라져가는 현상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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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유도리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기본 동력이 되는 "헌신" 이라는 시스템에 대해 알아야 한다. 대체로 한국이라는 나라는 시대에 불문하게 전근대적인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일을 해온 곳이다. 그 조직이 삼성이든, 동양물산이든,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철물공장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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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성장과 발전은 기본적으로 조직원 개개인의 헌신을 기반으로 해왔다. 조직에서 알아주지는 않더라도 묵묵히, 그리고 끈기있게 자신의 모든것을 바쳐 조직의 일원으로써 최대한의 가치를 제공해주다보면 언젠가 알아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시간과 자원 그리고 아이디어를 사측에 공급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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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의 (기본적으로 4050 세대) 이러한 헌신적인 모습을 보고 자라온 다음 세대들, 정확히는 현재 우리 한국 사회에서 신입으로 입사하기 시작한 90년대생 중후반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가 회사에 말 그대로 "모든것" 을 바치며 사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자랐다. 회사에서 일하고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느라고 본인과 놀아줄 시간이 없는것은 물론이며, 곁에서 듣기만 해도 비합리적이고 무식한 방식으로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이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본 많은 90년생들은 "아 이게 한국에서 일하는 방식이구나" 라는 생각보다는 "나도 나이먹으면 저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진짜 싫다." 라는 생각이 더 머리속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단순하게 자신들의 부모가 애들을 바쁘다는 이유로 놀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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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90년대생들의 결혼률은 매우 낮으며, 사회 진출 시기도 점점 늦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향유하는 가치가 한가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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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회사가 나의 생존권과 개인의 행복을 책임져주지 않으며, 아무리 조직에 헌신하더라도 돌아오는것은 쥐꼬리만하다" 라는 사실을 습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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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가자. 개인의 능률이라는 것은 수치화 시키기 굉장히 어려운 지표중 하나이다. 누군가는 1시간만에 150%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10시간동안 80%를 해내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능률의 다양성과 입체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단순하게 "업무에 소모한 시간이 길수록 기여도가 높다" 라는 공식을 적용하게 될 경우, 1시간동안 150%의 결과를 낸 사람의 성과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역으로 "짧은 시간동안 최대의 성과를 낸 사람"을 우대하게 되면, 10시간 동안 80%도 겨우 해내는 사람이 KPI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10% 완성도의 쓰레기 결과물을 양산해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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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직에서는 이러한 모호한 "능률" 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서 조직의 성숙도가 갈린다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한국 사회의 조직에서는 잘하는 사람을 우대해주는 문화가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많은 직장인들은 일을 잘하게 되면 권한과 자원, 그리고 보상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고 단순하게 책임이 늘고 업무량이 과중되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해왔다. 이러한 문제는 보통 세가지 원인을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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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직의 직원 평가 역량이 개인의 능률을 계산할 깜냥이 안된다.
2) 기본적으로 결정권자들이 까막눈에 역량미달이다.
2) 헌신을 강요하는 조직 문화로 굴러가는 회사인 주제에 그에대한 보상 체계는 갖춰져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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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중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적절한 보상 체계의 부재" 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열정과 영감이 넘치는 신입 사원이 입사 1년도 채 되지 않아 모든 의욕을 잃고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는 인력으로 변환되는데에는 이러한 동기부여 장치의 부재가 가장 크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원인은 "경직된 한국의 노동법과 계급 문화" 로부터 발단한다.
이게 무슨말이냐면, 기본적으로 한국은 평사원이 일을 잘한다고 해서 그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주기 힘든 구조이다. 미국은 서비스 직종부터 팁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 (지금은 기본급 취급을 받는지라 욕을 많이 먹긴 하지만) 개인의 퍼포먼스에 따라 즉각적으로 고객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한국과 달리 해고가 매우 유연하지만 언제라도 새로운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자유또한 주어진 상태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용 및 보상 구조의 유연함은 기본적으로 잘하는 사람에게 더 높은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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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비해 한국의 고용 구조는 해고가 매우 어려워서 한번 입사하고 나면 법적으로 노동자에게 크게 유리한 구조로 노동법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입사 시기, 나이, 계급별로 서열 구조가 잡혀있어서 신입사원~평사원이 높은 성과를 냈다고 해서 이들에게 큰 보상을 제공하기에는 그 위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언제나 (지금 이순간에도) 서로간에 연봉과 받는 돈에 대한 "더듬이" 가 켜져있는 상태이다. 만약 순서에 따르지 않고 나보다 계급이 낮은 사원이 나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받으면 직속상사부터 임원까지 곧바로 불만 수치가 급상승하게 된다. 아시아 문화권에서도 특히 한국은 다른 집의 숫가락 갯수를 세는데에 집착하는 특유의 문화가 깔린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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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MZ세대들은 이러한 부모 세대의 헌신을 인정해주지도 않고, 가족과 함께할 시간까지 희생해가며 조직을 위해 개처럼 일해도 이를 알아봐주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목격하며 자랐다. 이러한 환경에서 MZ 세대들 (본 글에서는 90년대생 사회 초년생이라고 가정하겠음) 은 자신들만의 생존 방법인 "개인 이기주의"를 발달시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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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피 회사에 헌신해봤자 돌아오는것이라고는 업무 과중이고, 운이 좋아봐야 동기보다 3-6개월 빨리 승진하는 수준이며, 그렇게 직함이 높아져봤자 회사에서 자원도 권한도 주지 않고 더 많은 업무만 떠넘기는 자리에 갈 바에야 그냥 딱 평사윈 계급으로, 평사원이 할법한 일만 하면서 60% 능률만 내며 조용히 일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소확행" 을 추구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를 만든것은 다름아닌 한국의 덜떨어지고 수준낮은 조직 문화 때문이며, 더 나아가서는 개인의 유도리와 헌신에 회사의 성장을 의존하는 모순적 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의 초입에서 대두된 "신입이 자기 혼자서만 프롬프트를 알고 사내에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라는 것은 이러한 한국의 기형적 조직 문화를 대표적으로 발현된 모습이다. 개인이 노력한 것에 대한 댓가는 제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성과는 반드시 나누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사고 방식과, 이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할것이 뻔한 90년대생들의 "빅데이터" 간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겠다. 너가 이 조직에 헌신하는것은 당연한것이고, 그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을것이지만 유도리를 발휘해라 라는게 해당 이슈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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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서 이러한 역량 부족은 단순히 지능이나 능력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깊이 집중하고 더 낫게 개선할 방법을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역량이 강화되는 것인데, 회사 와서 노가리나 쳐 까면서 일은 대충하는 인간들이 신입이 GPT 이미지 하나 잘뽑는다고 눈에 불을켜고 "공산주의식 프롬프트 재분배" 를 요구하며 사회적 압박을 구사하는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모순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왜 조직에 헌신해야 하는가? 내가 한 일에 대한 보상도 받을 수 없음이 뻔함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더 일을 잘해야 하고, 이런 자신만의 노하우를 무상으로 공유해야만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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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래서 프롬프트 레시피를 조직 내에 공유했다고 쳐보자. 그러면 나올 반응은 뻔할 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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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야, 이런 별거 아닌거가지고 그렇게 신줏단지 모시듯이 아끼고 안알려주고 있던거야? 이런건 그냥 검색하면 나오는건데 진짜 너무했다~ 말도안되네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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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나는 김사원이랑 똑같이 결과물이 안나와? 뭐 빼놓고 알려준거 아니야? 맞지? 그러는거 아니야 사람이 거 참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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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럴때는 어떻게 해요? 여기에서 A를 더하려면 뭘 써야해요? 그런건 직접 생각해보라고요? 아니 그정도는 얘기해줄수 있는거아니에요? 이거 본인이 공유해준거잖아요. 뭐 별로 어려운것도 아닌데 생색을 내나 그냥 써주면 되는걸가지고..ㅋㅋㅋ"
그냥 병신들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안봐도 비디오라서 할 말이 없다. 역량이 뒤떨어지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도구를 쥐여줘도 그걸로 지들 대가리 내리치는것 말고는 쓸줄 모른다. 왜냐하면 진짜 역량은 사실 "응용" 이고, 이 응용이라는 것은 순수하게 "지능" 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뇌를 쓰면서 살아온 사람과 그냥 되는대로 회사에서 시간때우다가 집가서 밥에 김치 얹어먹고 병신 국평오 드라마나 보면서 허송세월한 인간들이랑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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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냉소적인 입장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인들이 AI를 똑바로 쓸거라고 기대하질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 "응용" 이라는 것은 문제 상황의 구조적 분석 + 원하는 요구 사항을 구체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 역량 +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최소한의 자원만 소모하여 근사치를 얻어낼 수 있는 센스를 모두 총합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AI에다가 프롬프트 먹이는 행위는 단순해보일지는 몰라도, 질문 한줄 하나 단어 선택 하나가 모두 이러한 센스를 기반으로 하는 지능적 역량을 요구로 하게 된다.
내가 볼땐 한국인들은 이걸 할 능력이 안된다. 한 9살때부터 사지선다 문제만 풀면서 자랐고, 그나마 서술형이라는 문제도 정해져 있는 답을 정해진 문체와 문장으로 풀어서 쓰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Edge Thinking이라는 능력 자체가 완전히 거세되어 있는 상태이다. 어르고 달래고 화낸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고, 이러한 AI를 "응용" 하는 것 자체가 한국인에게는 "역량 미달" 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AI 시장이 다분화되고 아무리 많은 교육 자료가 생긴다고 해도 90% 이상의 조직에서는 "Chatgpt, 이 영상 보고서용으로 요약해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것이라는 비관적 미래만이 점쳐진다고 말할 수 있겠다.